아픔이 길이 되려면


데이터의 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은 내게 여러모로 인상깊은 책이었다. 질병을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 소수자들에게 공감하려는 저자의 진심, 이를 전달하는 아름다운 문체, 그리고 그 주장을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겸손한 태도 모두가 이 책의 논지들을 설득력있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내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저자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저자는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고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겠지만 공부를 좋아한다는 저자가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선택한 삶의 방식은 연구자였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과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에 대하여 깊게 이해하고 고민하여 이러한 선택을 한 저자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어떻게 보면 사회를 바꾸는 위업에 비해서 연구는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끊임없이 소수자들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나는 데이터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데이터의 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데이터의 상업성이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데이터는 핫한 키워드가 되었다. 하지만 데이터의 진정한 힘은 상업성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가 없다면, 역학자는 링 위에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역학자가 적절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싸움이 진행되는 링 위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역학자로서 세상에 기여하는 리처드 클랩 교수가 저자에게 했던 말이다. 이는 비단 역학자 뿐만 아니라 모든 연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는 데이터를 오랜기간 공들여 수집한다. 이렇게 진실을 담은 데이터는 놀라운 힘을 가진다. 자신의 주장을 쉽게 관철할 수 있는 강자와는 달리 다른 수단이 없는 약자들에게 이러한 데이터들은 강자들에게 대응하는 수단이 된다. 올바르게 수집된 데이터는 진실을 담고 있고 사람들의 이성을 통하여 전파되어 약자들의 고통을 증명하고 사람들이 약자들에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설득력을 가진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들에 기반한 연구들은 사회에서 감정적인 지지를 못받거나 자본이 없는 소수자들에게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단이 되며 결국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된다. 이러한 힘은 기업의 거대 자본으로도 쉽게 이길 수 없다. 나는 이러한 힘이 데이터의 진정한 힘이며 사람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연구자로서 기여하는 저자를 보며 나는 데이터와 IT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본다. 내가 데이터 분석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저자처럼 소수자들의 건강을 분석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자들이 이러한 진실을 밝히려 할 때 데이터를 쉽게 수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진실을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분석 기법들을 연구할 순 있을 것 같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학술적이고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 수집과 데이터의 투명한 공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 정보 문제와 얽혀 있어 이러한 데이터의 활용이 제한적이고 이에 따라 각 집단이 데이터를 각자 수집하여 활용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개인 정보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 하면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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