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생물의 진화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바른마음의 저자 조나단은 진화의 매커니즘 중 하나로 집단선택 개념을 제시하였다. 집단선택이란 이 자연선택이 개체와 여러 층위의 집단, 즉 다차원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결과 인간에게는 이기적인 본성과 주위 사회의 구성원들과 집단을 고려하는 이타적인 본성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집단선택의 개념은 모순적인 인간의 본성을 잘 설명해준다. 다차원적으로 경쟁이 일어나는 사회에서 개체로서 인간에게 절대 우위의 생존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차원적인 자연선택의 방향은 돌연변이가 제시하지만 방향의 결정과 힘은 ‘죽음’이 결정한다. 죽음은 인간 종족이 가지 않을 방향을 선택함으로서 인간의 본성을 규정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진화는 어떤 개체가 죽느냐에 의해 결정되었다. 인간의 집단주의적 본성은 부족 생활이 중심이었던 선사시대에 전투, 질병, 유아사망 등에 의해 강력하게 유도됬을 것이다. 이 시기에 집단 단위의 경쟁력이 생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집단주의적 본성이 빠르게 발전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죽음이 어느정도 통제된(혹은 통제 되어가는) 역사시대에는 무엇이 자연선택을 결정했을까? 이 시기에 선택은 ‘출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역사 시대에는 선사 시대에 비해 집단내 경쟁이 중요해지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역사시대에 인간에게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우선, 수백만년의 인간 진화의 역사에 비해 역사시대는 매우 짧은 시기였고 또한 ‘죽음’에 비해 ‘출산’의 의한 인간 변화의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산’은 너무나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어느 특정한 변수가 인간의 진화를 결정할 수 없다[2]. 그러므로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한동안 인간의 본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세기 초 이를 잘못 이해한 일군의 지식인들이 ‘우생학’을 주장하며 인간 종족의 진화를 추구하고자 하였고 이는 히틀러 나치 독일의 인간 대량학살의 사상적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의도적인 ‘죽음’을 통하여 진화의 시계를 앞당기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류 역사에 남을 최악의 도덕적 오명이란 것을 차치하더라도 역사시대의 급증한 인구로는 대량 학살을 통한 인간진화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유전자의 결합이 더욱 건강한 유전자를 생성한다는 것은 그 이후 익히 알려진 상식이 되었다. 진화론은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데 좋은 도구가 되지만 유전자 만으로는 인간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은 생물학적 유전자 외에 문화적 유전자에 의해 강력하게 영향을 받는다. 생물학적 본성이 문화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문화는 인간이 본성을 극복할 정도의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인류 역사의 발전은 넓은 의미로서 문화의 발전이었다. 그렇다면 인류의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까?

이타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문화적 유전자의 개념으로 ‘밈’을 제시하며 ‘밈’이 유전자와 같이 생존을 위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확산한다고 주장하였다. 문화는 자연환경과 인간의 욕구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양한 문화의 요소들이 인간의 물질적, 혹은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탄생하며 이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면 지속되고 아니면 도태된다. 즉, 문화를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해결해주는 모듈로서 보면 어떤 문화가 지속될지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는 인간의 물질적 욕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욕구를 성공적으로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동안 대체될 가능성이 적어보인다.

인류 최초 문화 중 하나였던 종교는 인간의 심리적 욕구를 잘 충족시켰기 때문에 문화권을 초월해서 발견될 정도로 보편적으로 나타났다. 저레드 다이아몬드는 인간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종교의 7가지 기능을 제시하였다[3]. 이 다양한 기능은 점차 다른 문화에 의해서 대체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국가이다. 저레드 다이아몬드에 의하면,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2, 3번을 제외하고는 다른 문화들에 의하여 대체되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세계 환경 변화에 의해 변화 할 수 있으므로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며 말을 아낀다.

과거에 비해 현대에 급격하게 영향력이 증대된 문화가 있다면 과학과 세계주의적 이데올로기로 꼽을 수 있다. 현대의 과학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맞물려 인간의 부를 증대시키기 때문에 급격히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과학의 기능은 기존에 종교가 담당하던 기능, 즉 세계에 대한 무지의 불안감을 해결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종교가 담당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어느정도 대체함으로써 종교의 쇠퇴에 기여하였다.

세계주의적 이데올로기, 즉 인권의 발전 또한 종교와 과학의 기능과 연관되어있다. 즉, 무질서에 대한 불안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질서에 대한 욕구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강력한 욕구중 하나이다. 세계주의적 이데올로기는 질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등장하지만 평등주의적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종교와 같은 인간이 과거로부터 가지고 내려온 여러 지역주의적 문화들과 충돌한다. 앞으로 문화의 방향은 이 세계주의와 지역주의의 대결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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