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폴리틱스


p40 침팬지는 겁을 먹고 대들때 가장 큰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p110 권좌에 앉아있다는 사실은 수놈의 육체를 인상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자기 외양에 걸맞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여기게 만든다.

p239 합리성은 의식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합리적 해답에 이를 수 있으며, 때로는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72 인류의 기원보다 정치의 기원이 더 오래됐다.

이 책은 아넴 동물원에서 약 25마리의 침팬지들을 함께 생활하도록 풀어놓고 이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하여 끈기있고 심도있는 관찰을 한 결과를 정리하였다. 동물에 대한 인간관점의 해석은 엄밀한 학문의 입장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책에서는 관찰 결과를 수치적 자료로 뒷받침하는 등 결코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대중들도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해석을 하여 전달한다. 각 침팬지들은 개체만의 뚜렷한 특징이 있으며 모든 사회작용은 이에 기반한다. 침팬지 무리는 4마리의 장성한 수컷과 나머지의 암컷들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이 책의 핵심 사건은 무리의 우두머리였던 이에론이 2인자였던 루이트에 의하여 폐위되고 곧이어 2인자가 되었던 니키가 또다시 우두머리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미묘한 정치적 상호작용이다.

침팬지들의 가장 특이할 만한 특징은 무리의 우두머리가 단순히 육체적 힘의 결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침팬지 간의 다툼의 결과는 여러 다른 침팬지들과의 협력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무리 내에서 서열은 있지만 이는 영향력과는 또 다르고 사회적 관계에 의하여 서열이 뒤바뀌기도 한다(의존적 서열). 대체적으로 암컷은 조직 내의 안정을 추구하며 수컷은 우두머리의 권력을 얻기 위하여 목숨을 거는 행위도 불사한다. 암컷의 행동은 육아를 위한 본능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수컷의 행동은 뚜렷히 ‘무형의’ 권력에 대한 추구가 천성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목표의 성취를 위해서 침팬지들간의 정치가 나타나는데 이는 호혜성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호의의 교환이다. 이는 매우 정교하며 합리적으로 일어나는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상하고 그를 목표로 행동한다. 이러한 합리적 선택은 ‘결과에 대한 추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 정치적 행위들은 침팬지간의 개체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지각이 우선되어야 한다(삼각관계의 인식). 이를 통하여 침팬지들이 고도의 관계적 지각과 미래지향적 사고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정치적 행각과 거의 유사하며 이러한 동기가 누가 더 노골적 인가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침팬지들 간의 정치드라마를 보며 정치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우선 수컷들의 권력추구에 대한 욕망의 기원을 알 수 있었다. 침팬지들은 개인적으로 경제적 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형의 권력에 대하여 맹목적인 추구를 보인다. 이러한 권력 추구는 자식의 번식측면에서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는 목표를 염두해 둔 의식적인 추구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권력 추구의 유전자는 번식에 유리하였고 그 결과 권력추구에 대한 맹목적인 열망이 퍼지게 되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권력은 두가지 층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서열과 위계질서는 존재하지만 이와 동등하게 중요한 것은 영향력을 지닌 지위들의 네트워크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권력, 섹스, 애정, 지지, 편협, 적대감의 교환에 따라서 복합적으로 형성된다. 이를 인간에게 적용하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 특히 수컷들은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인 권력 추구 욕망이 있을 확률이 높다. 현재에 권력과 자손번창의 연결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타인을 지배하고 싶은 욕망이 존재할 것이다. 또한 침팬지 사회에서의 권력과 마찬가지로 인간사회의 권력도 일차원 적인 평면구조가 아니라 여러 욕망과 관계가 결합된 다차원 구조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누가 잘 감지하고 이용하는가 인 것이다. 다만 침팬지 무리간에 룰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인간은 권력을 위해선 살인도 서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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