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4

사람을 먹는 괴물인 구울이 존재한다는 뻔한 설정이지만 그 설정속에서 현실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들로 고민하는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균형잡힌 서술을 통해 인간과 구울에 모두 감정이입하게 만들어 독자에게 모순적인 감정이 들게 만든다. 상생의 여지가 극단적으로 없는 환경에서도 폭력이 아닌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가 라는 물음을 제기한다. 타협의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이 지속적으로 현실적인 벽을 만나 좌절하면서도 이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이러한 현실성이 떨어지며 낙관적이고 희망찬 소년스러운 전개를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베르세르크도 그렇고 소년 만화들이 가지는 한계인 것 같아서 아쉬웠다. 설정상 많은 캐릭터들이 죽는데 비중있는 캐릭터들도 가차없이 죽는다는 점은 아쉬움을 야기하면서도 현실성을 극대화하며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왕좌의 게임과 나이트런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죽은 줄 알았던 캐릭터가 살아있었던가 구울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과 같은 낚시로 공들여 쌓아놓은 완성도와 메시지를 망쳐버리는데 성공하였다. 일본만화에 유독 이런 이상한 형태의 캐릭터 부활이 자주 등장하는데 저승을 믿는 일본의 문화탓인지 흥행에 목매는 연재 소년만화의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또 하나의 좋은 작품이 산으로 간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