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투표율이 최근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대표성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정치적 대안으로서 사실상 보수만 대표되는 협애한 이념적 대표체제이다. 이러한 보수적 민주주의의 결과로 사회의 계급 구조화가 심화되었고 이는 교육 문제를 통하여 잘 나타난다. 또한 수도권으로의 지리적 초집중화가 심화되었고 이와 유사한 획일주의는 사회 구성원 개인의 황폐화로 까지 나타난다. 한국 민주주의의 그 밖의 특징으로는 준사법적 기능을 하는 대기업화된 거대 언론들, 대표하지 못하고 권력 투쟁에만 몰두한 정치, 전반적으로 보수화된 사회 등이 있다. 최장집 교수는 보수화된 민주주의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원인으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세력들이 보여준 무능력을 지적하고 있다.

광복이후 한반도에 나타난 해방공간에서 냉전은 이미 분열된 독립세력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중도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38도선을 중심으로 세력은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분단국가가 제도화되었고 이 결과 과대 성장국가로 정착되었다. 극단적인 이념적 양극화는 국가적으로 분리되었고 이는 곧 국가 내에서 내부화 되었다. 단일한 이념적 체제로 인하여 일원적 권력의 집중화가 나타났고 이는 지리적 수도권 초집중화로 이어졌다(이는 단순히 이념적 일원화 때문은 아니고 1) 유교적 전통 2) 일제 식민지적 유산 3)냉공적 이념 일원화 4) 국가주도형 산업화 등으로 추동된 것이다.). 이렇게 과속화된 중앙집중화와 냉전 반공주의는 단순화된 동질적 엘리트 구조를 형성하였다. 이념적으로 양극화된 남북 내에서 보수 양당 체제가 성립되었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체계를 확립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근대화의 지체, 냉전으로 인하여 곧바로 권위주의화 되었고 야당은 이를 견제할 수 없었고 쉽게 탄압되었다. 외부에 의해서 제도적으로 도입된 민주주의는 ‘조숙한 민주주의’가 되었다. 국민적 통일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당시 국가 건립의 갈등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도입되었던 민주주의는 사회 통합보다는 배제의 틀로서 작용하였다. 일거에 도입된 보통선거권은 국민의 민주주의적 가치가 뒷받침 되지 못하였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사회현실과 유리된 헌법이 제정되었다. 즉, 냉전 반공주의는 중간영역을 부정하였고 이념적 담론을 거부함으로서 협소한 이념만을 남겨놓았고 민주주의를 크게 저해하였다.

권위주의적 국가-재벌 주도의 경제발전을 이끈 박정희 정부는 경제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그리고 권위주의의 제도화에 실패함으로서 민주주의에 기여하였다. 박정희 정권의 군부 엘리트들은 토지 개혁을 통해 신흥 산업 엘리트들을 형성하였고 방해받지 않고 국가주도 산업화를 진행하였다. 박정희 정권의 발전주의와 군사주의의 결합은 초고도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형성기에 근대화의 성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는 있지만 안정기에 권위주의가 나타나야할 이유는 없었다. 산업화의 성공과 권위주의로 인한 반발로서 나타난 운동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하지만 권위주의 산업화는 강력한 재벌의 헤게모니를 형성하였으며 권위주의적 관료 체제를 형성하였고 권위주의적 노동 통제를 야기하였다. 또한 언론과 권력의 유착은 민주주의 발전에 큰 장애가 되었다.

한국 민주화의 가장 큰 특징은 운동에 의한 민주화로, 이 운동은 학생이 중심이 되어 민주주의의 실천을 위하여 시작되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운동 중심 세력들은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였고 개혁 이슈는 위로 포섭되지 못하였다. 또한 한국의 민주화의 두번째 특징은 엘리트 간 협약에 의하여 생겨났고 그로 인해 정당들은 민중을 대변하기 어려워 졌다는 점이다. 엘리트의 이해관계에 유리한 ‘편향성의 동원’으로 지역 정당 체제가 형성되었고 이는 모든 정당이 협애한 이념 대표 체계 하에서 보수층만 대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민주화 운동의 세력이 엘리트 간의 협약에 참여하지 못함에 따라 사회와와 연결이 단절되었다. 위와 같이 민주화의 결과가 보수적으로 종결된 이유는 냉전 반공주의로 인하여 국가가 과도하게 강력했고, 2단계 민주화로 인하여 지역감정이 심화되었으며, 민주화 운동세력과 제도권 야당이 서로 분리되고 약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좁은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인하여 야당은 사회를 대변하지 못하였다. 민주화로 집권한 국가의 집행부와 권위주의로 성장한 행정 관료기구가 괴리되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정부의 헤게모니가 부재하였고 민주화 정부는 무력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무력한 정부와 대비되어 자신이 모든 것을 해야하는 제왕적 대통령이 형성되었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의 갈등 구조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정당기반이 필요하다. 국가 구조의 마지막 특징은 지리적 집중과 엘리트의 동심원적 중첩으로 인한 중앙 초집중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원주의를 발전시켜야 하고 정치의 다원주의는 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권위주의 산업화로 형성된 시장은 강한 국가주도형 시장이며 재벌 경제체제이고 노동의 배제라는 특성을 갖는다. 민주화의 경제적 의미는 기존의 권위주의 시장구조를 개혁하는 것이었다. 세계화와 민주화로 인해 촉발된 개혁은 그러나, 재벌개혁에는 취약했고 노동문제는 해결하지 못하였다. IMF 세계화는 시장-정부의 스펙트럼에 세계화라는 스펙트럼을 추가하였고 갈등이 심화되었다. 하지만 민주정부의 무력함으로 경제개혁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시민사회는 국가와 개인을 매개하는 자율적 중간 집단으로서 이익집단이나 비정부적 제도와 기구, 혹은 운동 등이 있다. 공익 속에서 사익을 추구하려는 서구의 시민사회와는 달리 한국의 시민사회는 공익을 실현하려는 적극적 시민에 의하여 창출되어 매우 강한 민주주의적 전통을 가진다. 그러나 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개인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시민사회는 그 자리가 약하다. 오히려 구체제에서의 시민사회의 보수적 부문은 확대 발전되었고 기존 권위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발전시키는 데는 실패하였다.

이 책에서 요약하는 한국 정치의 특징은 정당체제의 저발전이다. 정치는 사회와 괴리되어 있고 정치는 보수주의에 빠져있다. 이념적 범위가 극히 좁은 정당체제 내에서 사회의 여러 갈등은 대표되지 못하고 소모적인 정당간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권력 투쟁은 갈등의 사유화로 표현될 수 있는데 저자는 이념과 정책을 갖는 대중정당으로의 전환을 통하여 갈등의 사회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등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은 신자유주의의 바람과 재벌의 독식 체제 하에서 위기를 야기한다. 민주정부를 강하고 능력있게 만드는 일은 정당성 있는 정당을 형성함으로서 이루어 질 수 있다.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정치를 활성화하고 바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부 문제

1장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자화상

2부 보수적 민주주의의 기원

2장 국가 형성과 조숙한 민주주의

3장 권위주의적 산업화와 운동에 의한 민주화

4장 민주화 이행의 보수적 종결과 지역 정당 체제

3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구조와 변화

5장 민주화 이후의 국가

6장 민주화 이후의 시장

7장 민주화 이후의 시민 사회

4부 결론

8장 민주주의의 민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