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하루종일 하우스 오브 카드를 봤다. 역시나 내 취향에 잘 맞았다. 세상의 규칙을 잘 알고, 그 규칙내에서 이루어 지는 게임.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현실이다. 보는 내내 생각하게 되는 것은 ‘힘’이란 무엇인가이다.

‘돈은 10년뒤면 허물어지는 새라소타의 호화 주택 같은거야. 권력은 몇 백년은 지탱하는 오래된 석조 건물이지.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존중할수가 없더라고.’-에피소드2

이 드라마에서 케빈 스페이시(프랜시스 언더우드 역)는 미국 하원의원이다. 그는 20년간 워싱턴 생활을 하며 이 판의 규칙과 플레이어들을 꿰고 있으며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꼭 얻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항상 그가 원하는 바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기회는 준비와 행운 모두 필요하다’

그는 다만 모든 정보를 가지고 준비할 뿐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계기도 자신의 기회를 포착해 내는 능력과 뛰어난 언변술로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만다. 그에게 ‘힘’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능력이다. 그 힘을 가능케 하는 것은 1) 의원으로 서의 권력 2) 자신 과거의 허점없는 경력 3) 치밀한 계획과 완벽에 가까운 정보 4) 인간 심리에 대한 직관 5) 큰 그림을 보는 시야. 이와 같은 능력을 통하여 그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포착한다. 이를 통하여 그는 다른 사람들을 더 이상 다른 선택이 없도록 만든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계가 있다. 단기적인 목표 달성에는 그의 전략이 완벽할 지 모르나 장기적인 전략으로서는 위태로울 것 같다. 그 이유는 실제의 게임은 장기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판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자신이 이용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치밀하게 하는 전략이 아니라면 이용된 사람은 원한을 가질 것이다. 예를들면 데이비드 라스무센 다수당대표를 이용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적을 만드는 방법이다. 단 한번 그를 이용하는데 그쳤는지는 몰라도 그와는 더이상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두 번째 한계는 이 시나리오에서는 주인공만이 독보적으로 일을 꾀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치 싱글플레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현실은 모든사람이 나와 비슷한 정도의 계산을 가지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움직이는 멀티플레이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다. 마치 수십명이서 함께하는 체스와 같은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언더우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몇 없지만 실제로는 모든 세력들이 언더우드 정도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상황을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 이 상황에서 상황이 언더우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면 이에 반발할 세력들이 나타날 것은 명백하다. 그가 이용했던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반발심을 가지고 일어나는 것이 그 증거이다. 마지막으로는 그의 권위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크게 기대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정보는 투명화 되고 있는 추세이고 그의 이중적인 면은 점점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의 비밀이 모두 밝혀졌을 때 그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에게 실망스러웠던 점은 그가 윤리적 범위를 넘어서 법적인 선까지 넘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경찰과 검찰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그가 일을 저지른다면 완전 범죄 수준이어야 한다. 그땐 그 사람은 전략가가 아니라 범죄자이다.

이 드라마를 통하여 좋은 전략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물론 전략가는 전략의 목표에 종속된다.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사업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여러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의 목표를 함께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상황은 일정정도의 정치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힘’은 무엇일까? ‘힘’은 상대방이 원치 않는 행동을 강제하는 능력이다. 정보의 투명화가 점점 진행되고 사람들의 지적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의 비대칭성과 강압적인 권위에 기반한 힘은 불완전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힘은 상대방이 원치 않은 행동을 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힘, 권력에 대한 글은 다음에 다시 쓰기로 한다.